코믹 멜로 미스터리 사극 ==> Two thums up !!

<신문물 검역소>

강지영, 시작

코믹

'힘을 주면 똥이 나올거 같은데...' 라고 부끄러워 하는 산모 때문에 억지로 끌어내야 했던 주인공의 탄생장면부터 코믹함을 내세우더니 신문물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에서 여지없이 웃음을 선사한다. '불아자', '만안경', '곤도미', '치설'... 등등. 도저히 주인공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하고 우물쭈물하는 '함복배'의 성격과 '신문물검역소'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한섭, 영보, 고상분, 거기에 외국인 박연(벨테부루)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그들의 어설프고 뭔가 부족해 보이는 행동들과 대사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들의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게 만든다. 왠만한 코메디 프로보다 많이 웃게 만들니 이 소설은 코믹 소설이다.

멜로

태어나서 울음도 안 터뜨린 주인공이 10살이 되도록 말을 못해 벙어리인 줄 알았는데 어느날 아버지 친구의 딸인 '연지'를 보고 입을 열기 시작한다. 벙어리로 알고 속만 태우던 부모들을 기절시키면서 까지 그의 입을 열게 만든 '연지'에 대한 사랑이 소심한 주인공의 모습과 어우러져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연정으로 그려진다. 거기에 갑자기 끼어들게 된 '송일영'이라는 잘난 인간에 대한 질투심까지 더해져 소심해서 더욱 인간적인 주인공의 사랑이 더욱 재미있게 그려진다. 문득 소심해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나의 20대와 닮았는지... 공감 100배의 모습을 보며 그의 사랑을 열심히 응원하는 나를 보면 이 소설은 멜로 소설이다.

미스터리

그렇게 웃긴 사랑이야기로 흐르던 소설이 제주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통해 미스테리로 갑자기 방향을 튼다. 살해방법의 잔인성과 결혼을 앞둔 신부만을 노린다는 잔혹성에 섬은 공포에 휩싸이고 사랑하는 '연지'와의 결혼을 위해 주인공이 사건의 해결에 나서면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처음에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인물이 혐의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범인으로 추정되었다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는 인간의 더러운 욕망의 끝장을 보여준다.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소설에서 이렇게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순간 읽기를 멈추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이 있고 범인을 추적하는 인물들이 있으니 추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강지영'이라는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 아직 젊은 작가이지만 이미 '굿바이 파라다이스'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소개로 볼 때 주목받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읽은 이 소설을 통해 이 작가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코믹과 멜로를 적절히 조합하면서 거기에 미스터리와 추리를 덧붙이고 전혀 신경쓰지 못한 곳에 던져둔 단서를 통해서 범인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보면 이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장르들을 이리저리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음새가 전혀 어색하지 않음은 나에게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어서 읽는 동안 여러번 사전을 찾아봐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에 한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도 참 좋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신문물검역소'는 최초의 서양인인 '벨테부루'의 상륙과 동시에 이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새로운 문물과 마주하게 된 조선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인 박연(벨테부루)를 비롯하여 함께 떠 내려온 상자속에 담긴 신문물들은 그 시대 조선인들에게 미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세계, 새로운 문명과의 조우를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가려한 선조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신문물 검역소'이다. 결국 살인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게  되는 박연과 코끼리를 통해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들을 거부하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도모함으로써 얻게되는 이익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되고 있는 소통의 부재,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어쩌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그 시대 조선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브래지어'를 '불아자'로 오해하고 머리에 쓰고 다니는 주인공 '함복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작가는 화합이라는 쉽지만 어려운 명제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웃음속에 많은 이야기를 닮고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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