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떠나지 못하는 북극곰의 이야기 ==> Two thums up !!

설계자들 설계자들
김언수 | 문학동네 | 20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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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이야기라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
그런 각도에서 봤을 때 처음 만난 작가인 '김언수'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조금만 달라졌어도 단순하고 재미없었을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었다.
내가 2010년 만난 최고의 한국소설이다. 이 소설 정말 강력추천 필독소설이다.

세상에는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죽음들이 존재한다.
그 죽음의 배후에는 힘있는 자들의 권력욕과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존재한다.
그런 권력욕과 욕망들을 채워주는 킬러들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위에는 그런 죽음들을 '설계'하는 설계자들이 있다.
주인공 래생도 그런 킬러 중의 하나이다.
속칭 '도서관'이라는 조직에 소속된 너구리영감의 유일한 수족.
언제나처럼 그에게 떨어진 작업을 하다 설계자들의 의도와 다르게 일을 하게 된다.
래생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푸주'의 새로운 실력자인 한자와 너구리영감의 전쟁이 시작된다.

어찌보면 조폭들과의 전쟁을 다룬 수많은 '조폭 코메디 영화'와 비슷한 싸구려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작가는 400여 페이지의 소설을 단숨에 읽어버리게 만들었다. 최고다.
싸구려이야기를 최고의 이야기로 바꾸는 힘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날선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의아한 북극곰>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북극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북극곰'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하던 곰이
빙하를 타고 북극을 떠나지만 결국 빙하가 녹아 다시 북극으로 돌아가야만 했다는 이야기.
'아! 그랬구나. 난 북극을 떠날 수 없어서 북극곰이 되어야 했던 것이구나!'라는 곰의 깨달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살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만약에'를 꿈꾸며 살아간다.
만약에 내가 누구의 아들이었다면... 만약에 내가 저런 사람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그러나 우리는 그런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그 상황 자체가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래생처럼 자포자기하며 그저 살아가야 하는가?
미토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하는가?
이도 저도 아니면 미사의 말처럼 '내가 북극곰인 것이 싫지 않다'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칼과 총이 난무하고 피와 죽음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설이다.
그래서 다소 끔찍하고 무섭기도 하면서 역겨움이 일기도 하는 피비린내 나는 소설이다.
그러나 그래도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쉼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래생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의 작업 대상이 되어 죽어가야 했던 사람들,
그의 필생의 라이벌이 되었던 '이발사'의 사연과 그에게 형이었던 '추'의 이야기,
그의 친구였던 '정안'과 그의 스승이었던 '훈련관'의 이야기, 그의 첫사랑의 이야기 등등.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이 각각 하나의 소설의 소재가 될 만큼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당신만큼의 사연은 있다'는 소설속 대사를 증명한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그에게도 그만큼의 사연은 있게 마련이다. 그게 바로 삶이다.

김언수라는 작가의 문장은 소설속 '이발사'가 구사하는 날카로운 칼놀림을 닮았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아무런 방어도 없는듯 허술하다가도 날카롭게 치고 들어온다.
조금씩 조금씩 독자들의 마음을 난도질하다가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리는 모습도 닮았다.
화려하지도 어지럽지도 않은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들 속에서 날카로움이 번뜩인다.
간결한 문장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문체이다.
가벼운 듯 '툭!' 던져놓은 문장들속에 세상에 대한, 삶에 대한 시선을 닮아내는 재주도 있다.
뒷면에 있는 동료작가의 추천평에서 처럼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다.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며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2010년 현재, 한국 소설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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