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대전 Z 맥스 브룩스(Max Brooks), 박산호 | 황금가지 | 20080612 평점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이 책이 유명한 베스트셀러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선뜻 집어들지 못한 이유는 역시나 나의 반골기질이다. 베스트셀러 거부증. 결국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에 찾아 읽게 되었다. 영화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다 보니 영화로 만들어지는 책은 꼭 읽어보는 버릇이 있다. 결국 또다시 나의 반골기질이 얼마나 많은 좋은 책들을 내게서 멀어지게 했는지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 소설,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인터뷰로 진행되는 소설
- 소설을 처음 읽으면 소설이 아니라 보고서라고 주장(?)하는 저자를 만난다. 이 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들)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따라가는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소설은 세계대전Z(좀비전쟁)가 끝나 이후에 UN을 대신해서 생긴 국제기구에 전쟁 당시의 상황을 보고하는 보고서의 양식을 따른다. 보고서의 양식도 딱딱한 숫자의 나열이나 복잡한 심리학적, 군사학적 분석이 아니라 전쟁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의 형식을 따라가고 있다. 전쟁 초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지도층 사람들부터 아무것도 모른 채 온 몸으로 전쟁을 겪어야 했던 일반인들에 이르기 까지 인터뷰의 대상도 광범위하고 그들이 전쟁을 치르는 무대도 전세계에 펼쳐져있다. 소설은 그 수많은 인터뷰들을 통해서 좀비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인류가 전무후무한 최악의 적을 맞아 어떻게 대처했는지, 인류에게 닥친 공포의 크기가 어떠했는지, 인류가 다시 희망을 가지고 전쟁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어갈 수 있었는지를 추측해 볼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직접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터뷰들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그래서 하나의 좀비전쟁에 대해 독자에 따라 수많은 그림들을 상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상상한 좀비전쟁은 베트남 전쟁의 모습과 닮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상상은 다른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것이 이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작가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에 따라 수만가지의 형태로 그려질 수 있는 전쟁의 모습. 어떤 것이 진짜라고 정답을 말할 수 없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
- 좀비전쟁이라는 상상조차 불가한 상황까지 인류를 몰고간 작가가 소설에서 보여주는 것은 극한의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자신의 권력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진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지도층의 모습, 잘못된 자만으로 전쟁 초기 인류에게 극한의 공포를 보여주게 되는 군 수뇌부의 모습,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가짜 치료약을 팔아 이문을 챙기는 이기적인 장사꾼의 모습,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던 미디어 관계자들의 모습 등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전 국민을 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의 방어막을 치고 나머지 사람들을 버리는 모습에서는 극한의 상황에서 지금의 윤리는 통하는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여성의 인격은 무시되고 인류 존속을 위한 출산의 도구로 사용되는 모습까지 그려지면서 우리의 윤리의식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맹렬히 투쟁하고 생존을 쟁취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무한한 힘에 대한 존경을 드러낸다. 상황의 반전으로 전쟁이 승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소설의 주제의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왜 하필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국 대통령이 영웅이 되어야 하는지는 불만이기는 하다. 결국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희망'이다. 인류가 수많은 좌절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무한한 힘의 근원은 희망이다. 소설은 그것을 말하고자 한다. 소설 속 좀비전쟁 보다 훨씬 더 가혹한 지금의 세계에서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한다. 그것이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던지는 주제는 나에게 진지하게 다가온다.
브래드피트 주연의 영화로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예고편을 보고나니 걱정이 앞선다. 훌륭한 원작을 망치는데 일가견이 있는 헐리웃이 이번에도 좀비전쟁이라는 소재만 따와서 블록버스터로 버무리는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느리게 걸어다니는 좀비들이 영화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 인류가 직면한 위험을 브래드피트 한 사람의 이야기로 축소시키면 영화는 소설과 완전히 달라진다. 아직 개봉도 안한 영화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예고편에서 본 느낌은 확실히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영화의 실패가 소설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전에 반드시 원작을 읽어 보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재미는 보장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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