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했던 야구선수의 메이저 정복기 ==> Two thums up !!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박찬호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박찬호
민훈기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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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 1997년 IMF 사태로 인해 온 나라가 절망에 빠지고 우리 사회가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 시절. 우리에게 그는 영웅이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를 넘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하던 그 때. 그의 선발경기가 있던 날은 잠도 자지 않고 깨어나서 그가 던지는 일구 일구에 일희일비하며 시대의 아픔을 달랬던 시절이었다. 그 때 그는 힘들고 지쳐있는 대한민국에 희망과 자부심과 자신감을 되찾아 준 영웅이었다. 지금 우리는 그의 화려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그의 좌절을 기억하며,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인 124승을 기록한 그의 눈부신 재기를 기억한다. 그리고 작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면서 우리나라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그를 또한 기억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작은 영웅'으로 기억하고, 그의 전성기를 지켜보지 못한 이들은 '먹튀'로 기억하고, 혹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전무후무한 '한 이닝 2개의 만루홈런을 맞은 투수'로 기억하는 박찬호. 그가 이룬 124승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책은 결코 짧지 않았던 17년의 메이저리그 선수생활 전반에 걸쳐 그가 만들어간 꿈, 그가 이룬 명예와 성공, 지독하리만치 철저했던 좌절, 그리고 짧았지만 눈부셨던 그의 재기의 과정을 담고 있다.
 
  현재 XTM의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훈기 위원은 박찬호가 메이저에 데뷔하던 시절부터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전담으로 취재했던 기자이다. 내가 워낙에 박찬호를 좋아했기에 민훈기라는 기자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한다. 박찬호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가장 가까이 지냈던 민훈기 위원이 쓴 책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박찬호에 대한 어떤 주관적인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17년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곁에서 지켜본 박찬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멋모르는 스무살 청년이 미국에 건너와서 받았던 기대와 그에 미치지 못하고 마이너로 내려가야 했던 좌절, 2년 후 화려하게 데뷔한 그의 첫승에서 부터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희생으로 그가 만들어낸 마지막 124승까지 그가 거둔 승리들을 서술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가 받아들여야 했던 패배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승리와 패배의 과정들이 어떻게 박찬호라는 동양인 청년을 메이저리그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수로 성장시켰는지를 담담히 서술해 나간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17년이라는 시간동안 박찬호가 쌓아올린 승리와 패배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의 관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그 평가들이 그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뒷얘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담기자였기에 얻을 수 있었던 무수한 뒷얘기들, 이적 및 트레이드에 숨겨진 이면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접하지 못한 메이저리그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재미를 준다. 담담하게 서술하며 개인적인 평가를 자제하면서도 저자의 글에는 박찬호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스무살 청년에서 서른 일곱의 노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보았기에 누구보다 애정이 깊었을 저자의 시선이 따쓰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박찬호의 전성기는 우리나라에 메이저리그를 소개한 본격적인 시간이었다. 그 시절 박찬호가 함께했던 수많은 메이저리그의 스타들이 지금은 대부분 은퇴하고 몇몇은 노장으로 버티고 있다. 그 시절 왠지 우리편 같았던 개리 세필드, 라울 몬데시 같은 스타들의 활약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박찬호가 써내려간 124승의 역사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한 페이지이기 때문에 그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왕년의 스타들을 재회하는 반가움도 크다. 박찬호가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에 나 자신의 모습을 추억하는 것도 기분좋은 경험이다. 박찬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밤을 세우던 기억도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지 않은가? 이 책이 가져다 준 추억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본다면 이 책은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야구 용어에 대한 중간 정도의 이해가 있다면 술술 넘어갈 정도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다만 퀄리티스타트, 피안타율, 자책/비자책 등의 용어들을 모른다면 경기 상황을 상상하기 힘들어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한가지 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겉으로만 바라봤던 박찬호라는 야구선수가 이룬 그 화려했던 124승의 기록에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끝없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위대한 학자나 철학자가 아니라도 그가 17년의 메이저 생활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여전히 나에겐 영원한 영웅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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