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인간성의 잔혹한 복수 ==> Good & 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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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Jo Nesbø), 노진선 | 도서출판비채 |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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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네스뵈'라는 작가는 [스노우맨]이라는 소설로 처음 접했다. 싸늘한 북유럽의 냉기를 닮은 소설. 그 소설속에 황폐한 배경처럼 황폐해진 심성의 형사 '해리 홀레'를 만나고 나서 그의 과거가 궁금했다. [스노우맨]이라는 소설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너무 두껍고 초반의 지루함이 있어 쉽게 읽지 못했기에 내 머리속에 남은 것은 '해리 홀레'라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한 기준은 오직 하나. 도대체 '해리 홀레'는 어떻게 그렇게 망가지게 되었는가? 그의 원래 모습은 어떠했는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2번째 의문에 대한 해답은 찾은 것 같다. 다소 반항적이고 술을 과하게 좋아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이고 밝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의 모습은 [스노우맨]에서 만나는 해리홀레와 너무 달라서 생소하기까지 하다. 독자들이 이 시리즈를 왜 '해리 홀레 해체하기' 시리즈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그렇게 망가지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소설 자체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전쟁이라는 상황에 의해 '철저하게 인간성이 파괴된 망령의 잔혹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라는 36년의 그림자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듯이 유럽에는 히틀러에 의해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이 유럽의 모든 부분에 강력한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노르웨이도 역사의 평가는 끝까지 독일에 저항한 '선한' 나라에 속하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자발적으로 독일군에 입대하여 연합군과 싸운 이들이 있다. 전후에 이들은 매국노라는 이름으로 징역에 처해지고 죄값(?)을 치르게 되지만 그들에게 죄값을 치르게 한 이들은 그 당시에 어떠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떳떳하게 대답할 수 없다. 전쟁의 결과로, 승자의 기록에 의해 매국노로 치부되어 버린 그들의 과거에 대한 평가는 과연 정당한가? 작가의 아버지도 나치의 전력이 있었다고 하고 그것이 노르웨이 사회에서 많은 차별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지만, 작가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그 시대를 겪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가 결국 이 소설의 주제가 된다. 세상에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 선과 악의 기준의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승자의 기록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이미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의 주인공이 겪은 전쟁은 그가 가진 본연의 인간성을 철저히 파괴한다. 전쟁의 폐해는 이미 수많은 소설에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수준의 인간성 파괴를 다룬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 그렇게 파괴되어버린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게 해 준 것은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사라진 후 다시 나타난 악마의 모습은 잔혹한 만큼이나 슬프기도 하다. '다니엘'이라는 유령은 결국 파괴되어 버린 인간성의 또다른 표현이다. 구드브란과 다니엘의 관계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비슷하다. 선과 악을 대변하는 캐릭터의 생성에 전쟁이라는 배경이 촉매제가 되었고 전쟁의 결과로 인한 평가에 대한 정당성은 커다란 복수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무려 6개월이나 걸리는 복수를. 지킬박사를 지탱해 주던 사랑이 없어지고 하이드라는 악마가 나타나 피의 복수를 꿈꾸던 마지막 순간에 하이드를 없애버린 마지막 키워드도 역시 사랑이었다. 결국 인간성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을까?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덧글

  • 2014/10/22 05:29 # 삭제 답글

    여기에 그냥 모두에게 감사를 게시 정보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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